Ⅰ.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우리나라 기준 2020년에 전국의 응급실 이용자 수는 793만 5,747명으로, 인구 천 명당 응급실 이용자 수는 153.1명으로 보고되었다[1]. 5년 전인 2015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 수는 1,034만 3,985명, 10년 전인 2010년 전국 응급실 이용자 수는 1,023만 2,016명으로 2020년 전국의 응급실 이용자 수는 2015년과 2010년에 비교하여 수치상 감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2, 3].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감염성 질환인 COVID-19의 전파로 인한 효과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경증 환자의 수가 감소되었으며, 중증 환자의 비율이 높은 권역응급의료센터의 이용자 수를 비교하면 2010년 63만 1,029, 2015년 95만 5,372명, 2020년 109만 9,158명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내원하는 이용자 수는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1-3].
이러한 대형 병원 응급실의 과밀화는 현재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체계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 일 것이다. 응급실에서의 진료는 한정된 의료 자원으로 응급처치가 반드시 필요한 중증 환자를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하게 응급실을 이용하는 내원자의 형태를 파악하고, 이들의 응급실 이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특히 응급실을 다빈도로 이용하는 환자들이 응급실 과밀화에 미치는 영향과 해당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4]. 응급실 과밀화는 의학적으로 비응급환자들의 응급실 과다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응급실 다방문 환자의 특성, 다빈도 방문과 연관된 의료비 지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등을 분석한 연구들이 보고되었다[5-7]. 국내의 경우 응급실 다방문 환자의 특성에 관한 선행 연구가 보고되었지만 단일 종합병원 내의 의무기록 자료를 분석하거나[8, 9],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기록된 환자 자료와 같은 표본자료를 이용하여 특정 질병이나 질환을 등을 분석하고 있는 실정이다[10, 11].
최근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건강증진과 관련하여 건강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요인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986년 발표된 오타와(OTTawa) 헌장은 인구집단의 건강 수준 결정요인 중 보건의료 부문 이외의 요인으로 사회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12]. 실제로 건강 상태의 개선이나 건강 불평등이 사회경제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다양한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13-17]. 이러한 연구들은 교육 수준, 성별, 소득수준 등의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개인들의 건강 격차를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Cairney and Arnold는 건강 수준과 사회경제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요인으로 소득수준과 교육 수준을 제시하였다. 소득은 구매력 및 자본의 척도이고, 교육은 지식과 경제적 잠재력의 척도이기 때문이며 이 두 가지 요인이 사회계층의 차이와 건강 수준의 관계를 분석할 때 중요하며 경쟁적이라 하였다[18]. 선행 연구에 따르면 낮은 소득수준의 계층은 만성질환의 높은 발생률, 높은 유병률, 합병증 발생 및 입원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가질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19-22],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비취업자인 경우,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만성질환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23].
미국의 경우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만성질환을 가진 중증 환자들이 응급실을 다빈도로 이용하는 것이 보고되었으며[24, 25], 능동적 개입 과정을 통해 응급실 다빈도 이용 환자들의 응급실 이용 행태를 교정하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줄일 수 있음을 입증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26-28].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응급실 다빈도 내원 환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나이가 많을수록, 암 및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의료보호 및 의료급여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었으며 이러한 응급실 다빈도 내원 환자군에서 암환자 및 만성질환자의 응급실 체류 시간은 다른 환자군보다 더 긴 것으로 보고되었다[9].
사회경제적 요인에 따라 만성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만성질환자의 응급실 내원 빈도가 증가하면서 해외에서는 사회경제적 요인과 잠재적으로 예방 가능한 응급실 이용에 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29, 30]. 국내에서도 응급실 다빈도 방문의 특성에 대한 몇몇 선행 연구가 있었으나, 응급실 다빈도 이용 환자의 응급도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4], 임상적 특성[9], 119 구급 이송 서비스 이용 분석에 대한 연구[31]로, 사회경제적 요인과 응급실 다빈도 방문에 대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국 16개 광역시도와 동·읍면을 기준으로 표본 추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한국의료패널 2018년 데이터[32]를 활용하여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을 분석고자 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한정된 응급의료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사회경제적 계층별 만성질환자를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이 연구는 응급실 다빈도 방문자와 사회경제적 요인을 파악하여 관련 보건정책 수립의 기초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의료패널 2018년 자료를 분석한 연구이다.
2. 연구대상 및 자료
본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한국의료패널 2008~2018년 연간 데이터(Version 1.7)의 2018년 데이터를 활용하였다. 한국의료패널은 보건의료 이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 주관하여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패널 조사로서 가구 및 가구원에 대한 인구·사회·경제적 특성과 만성질환, 응급, 외래서비스 등의 의료 이용 현황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한국의료패널의 2018년 데이터는 2018년 1월부터 12월까지 총 6,379가구 17,008명의 가구원을 조사대상으로 하였다. 이중 본 연구의 분석에는 조사원의 가구 방문 시점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응급 의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의료 이용 여부’ 부분에 답변한 1,648건의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연구대상의 사회경제적 요인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의료패널 자료 중 해당 가구원이 속한 ‘가구원 정보’, ‘소득(가구원)’ 자료를 가구원의 ‘응급서비스 이용’자료와 결합하여 분석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연구 대상자의 일반적, 사회경제적 특성
분석 대상인 1,648명의 일반적, 사회경제적 특성은 <Table 1>과 같다. 남자가 48.6%, 여자가 51.4%로 여성 비율이 남성 비율보다 다소 높았다. 나이는 19~64세(45.8%), 65세 이상(36.7%), 19세 이하(17.5%)로 19~64세가 가장 많았다. 혼인 여부는 기혼(55.2%), 이혼/별거/사별(16.5%), 미혼(28.3%)으로 기혼이 가장 많았다. 교육 수준은 무학(12.1%),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34.5%), 고등학교(25.7%), 대학교(27.6%)로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비율이 다소 높았다. 경제활동을 하는 대상자(42.5%)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대상자(44.0%)의 비율보다 다소 낮았다. 보험의 경우 국민건강보험 가입자(91.8%), 의료 보장 제도(8.23%)로 나타났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대상자는 전체의 10.6%였다.
Table 1
2. 연구 대상자의 응급실 방문 빈도
연구 대상자들의 응급실 방문 빈도는 <Table 2>와 같다.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대상자는 1,279명(77.6%), 한 번 이상 방문한 대상자는 369명(22.4%)이었다.
3. 응급실 방문 빈도와 사회경제적 특성 비교
연구 대상자들의 응급실 방문 빈도와 교육 수준, 경제활동, 보험 종류, 장애, 개인 연간 총 근로소득, 가구 연간 총 근로소득 등의 사회경제적 특성을 비교하였으며 <Table 3>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Table 3
1) 교육 수준
교육 수준에서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대상자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33.5%)가 높았고 무학(11.6%)에서 낮았다. 응급실을 한 번 이상 방문한 대상자는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38.2%)가 높았고 무학(13.8%)이 가장 낮았다. x2-test 값은 5.897, p=.117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2) 경제활동
경제활동에서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대상자는 경제활동인구(43.8%)가 높았고, 응급실을 한 번 이상 방문한 대상자는 비경제활동인구(46.9%)가 높았다. x2-test 값은 4.156, p=.12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3) 보험 종류
보험 종류에서는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대상자, 응급실을 한 번 이상 방문한 대상자 모두 국민건강보험 가입자에서 높게 나타났다. x2-test 값은 5.388, p=.2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4) 장애
장애에서는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대상자, 응급실을 한 번 이상 방문한 대상자 모두 비장애인에서 높게 나타났다. x2-test 값은 6.288, p=.012로 통계적으로 유의하였다.
Ⅳ. 고 찰
응급실 방문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적으로 주로 의학적인 측면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응급실 다빈도 방문은 한정된 응급 의료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함께 응급실 과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에 관한 연구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우리 사회는 비교적 단기간에 다양한 사회,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으나 그 과정에서의 폐해도 적지 않다. 특히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세계화와 산업구조조정으로 인해 사회계층 간 격차가 커지고 있으며, 하위계층의 취약성이 증가하고 있다[33]. 자본주의사회에서의 하위계층은 주거 및 생활환경, 의료 서비스, 교육 등에서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받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며, 이는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고착화되는 현상의 원인이 된다. 그중에서도 사회경제적 하위계층의 의료 서비스 접근성 저하는 계층 간 건강 불균형의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다. 1986년 오타와(Ottawa) 헌장에서 건강 수준 결정요인으로 사회적 요인과 경제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후 사회계층 간 건강 수준의 차이는 지금까지도 현대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12].
응급실 방문과 관련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의학적인 관점, 응급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점에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응급실 다빈도와 관련하여 최근 Kang[31]은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119구급 이송 서비스 이용 분석을 통해 119구급차 이용자가 개인용 차량의 이용자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연간 총 가구소득이 낮으며, 질병보다 사고인 경우가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응급실 방문 횟수를 1회 방문과 2회 이상 방문으로 구분하여 비교하였고 연간 총 가구소득 등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음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에서도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인 가구 연간 총 근로소득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있었던 것과 일치하게 나타났다. 따라서 본 연구를 기초자료로 활용하여 119구급 이송 서비스 이용과 사회경제적 요인의 연관성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Lucas 등[29]은 선행 연구를 통해 응급실 방문자를 기반으로 외래진료 프로그램이 잠재적인 응급상황을 예방하는지 확인하였고, 흑인, 라틴계, 의료 보장 제도를 이용하는 환자의 1차 진료에 대한 접근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고하였다. 이는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1차 진료 접근성의 차이가 잠재적인 응급상황의 예방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나타낸다. 국내 선행 연구에서 Shin[9]은 도심 내에 위치한 상급종합병원에 연간 4회 이상 방문한 응급실 다방문 환자들은 응급실 체류 시간은 길지만, 질환의 중증도나 응급한 정도는 높지 않다고 보고하였다. 즉, 중증도 및 응급한 정도가 높지 않은 응급실 다방문 환자들이 응급실 과밀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였고, 다방문 환자의 임상적인 특징으로 암 및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의료보호 및 의료급여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하였다. 본 연구에서도 응급실 방문 빈도와 장애, 가구 연간 총 근로소득이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장애를 가지고 있거나 가구 연간 총 근로소득이 낮은 사회계층을 위한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의료 보장 제도의 개선을 통해 잠재적인 응급상황의 예방이 필요하다. 또한 Lucas 등[29]의 연구에서 외래진료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잠재적인 응급상황을 예방하였던 것처럼 국내에서도 사회계층 간 대상자를 선별하고 지원하는 시도를 통해 응급실 내원 환자의 방문 빈도와 응급실 과밀화를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 연구의 결과를 기초로 하여 응급실 내원 환자의 특징과 사회경제적 요인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후속 연구를 진행하여 더 효율적이고 적합한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한국의료패널 2008~2018년 연간 데이터의 2018년 데이터를 이용해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을 분석하였다.
본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 대상자인 1,648명 중 지난 1년간 응급실을 한 번만 방문한 환자는 1,279명(77.6%), 한 번 이상 방문한 환자는 369(22.4%)의 수치를 보였다. 둘째,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의 x2-test에서 교육 수준, 경제활동, 보험 종류, 연간 개인 총소득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으며, 장애(p=.012), 연간 가구 총소득(p=.007)에서 유의한 결과를 보였다.
본 연구는 몇 가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응급실 다빈도 방문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구급 이송 서비스, 진단명, 응급실 처치 등의 응급 의료 서비스 이용 관련 항목의 관련성을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둘째, 1년간의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였다. 연간 데이터(2008~2018년)를 활용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본 연구는 한국의료패널 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일개 지역이나 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서 발생 가능한 편향(bias)을 피하고자 하였으며, 기존의 선행 연구들과 달리 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응급실 다빈도 방문을 분석한 점에 의의가 있다.
본 연구를 통해 응급실 다빈도 방문과 사회경제적 요인의 연관성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를 기초로 하여 외래진료 서비스와 119구급 이송 서비스, 응급실 다빈도 방문 만성질환자의 사회경제적 요인에 관한 분석을 진행하여 사회경제적 계층 간 보건정책 수립의 기초자료가 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