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연구결과
본 연구의 참여자로부터 수집한 심층 인터뷰 원자료를 탐색하고 분석하여 총 3개의 범주와 12개의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Table 3>. 이 세 범주는 상호 연계된 흐름 속에서 순환적인 구조를 형성한다. 먼저, 구급대원은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직무를 수행하지만, 실제 현장 업무와의 괴리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가 반복되면 소진상태에 이르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을 재해석하고 조정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이처럼 전문직 정체성, 직무 스트레스, 그리고 역할 정체성의 재구성은 순환적 관계를 형성하며, 이는 직무에 대한 인식과 만족도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Fig. 1>.
Table 3
Category and subcategory keywor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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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
Subcateg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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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rofessional identity and core values as emergency medical experts |
1) Pre-hospital experience in emergency patient treatment to confirm competence. 2) Job efficacy derived from field autonomy. 3) Occupational appeal arising from in the uniqueness and dynamics of emergency sit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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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ob stress formed during the process of job performance |
1) The gap between ideal professional identity and field work. 2) Performance of social welfare tasks beyond emergency medical care and role ambiguity. 3) Professionals perceived as marginalized in the emergency medical system. 4) The burden of responsibility experienced under limited autonom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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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construction of role identity amid repeated experiences of burnout |
1) Acceptance of gap between ideal and reality: adjustment of role expectations. 2) Emotional restoration and stress buffering via peer interaction. 3) Expanding professional meaning to buffer role ambiguity. 4) Professional meaning sustained by pride and satisfaction. 5) Reconstrucing role identity through anticipated benefits of community paramedics. |
Fig. 1
A cyclical model of the relationships among professional identity, job stress, and job satisfaction in 119 paramedics.
1. 주제모음
범주 1. ‘응급의료 전문가’로서 정체성과 직무의 본질적 가치
본 연구 참여자들은 병원 전 단계의 긴박한 현장에서 직접적인 응급처치를 수행하고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전문적 유능감을 확인하였다. 또한, 환자의 생존과 예후에 기여하는 경험을 통해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내적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병원전 단계에서 응급환자 처치 경험을 통한 유능감 확인
참여자들은 현장에서 적절한 처치를 통해 환자의 상태가 호전되거나, 자신의 판단이 의료진의 진단과 일치할 때 전문가로서 확신과 성취감을 강하게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는 전문심장소생술을 하는 것이 전문가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전문심장소생술을 그대로 했습니다. 환자가 뇌손상 없이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신속하게 전문적인 처치를 하고 이송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 굉장히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참여자 1)
“제세동이 필요 없는 무수축 환자를 현장에서 전문 처치를 해서 심장 회복이 돌아오게 했을 때 많이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참여자 5)
“병원 의료진들이 제가 판단한 거랑 똑같이 진단을 내렸을 때 내가 전문가로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4)
2) 현장 자율성이 주는 직무 효능감
약물 투여 권한 확대와 실시간 영상 의료지도는 현장을 전문적 치료 공간으로 인식하게 하였으며, 자율적인 처치 권한 행사는 참여자들이 단순한 이송자가 아닌 전문 의료 인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핵심 요인이 되었다.
“에피네프린과 아미오다론 투여도 가능하잖아요. (중략) 영상 의료지도를 받으며 현장에서 병원처럼 처치할 때는 정말 전문가가 된 기분이에요.”(참여자 1)
“현장에서는 제가 내리는 판단이 환자의 생존율을 결정합니다. 의사의 지시를 단순히 따르는 수준을 넘어, 현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치 우선순위를 정하는 제 모습에서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느낍니다.”(참여자 2)
“특별구급대 활동이나 항공 이송처럼 제가 가진 역량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환경에서 일할 때, 내가 정말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듭니다.”(참여자 2)
“제세동이 필요 없는 환자를 현장에서 전문 처치를 해서 심장 회복이 돌아오게 했을 때는 많이 뿌듯하고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참여자 5)
3) 응급현장의 특수성과 역동성에서 경험하는 직업적 매력
참여자들은 누군가의 삶에서 가장 위급한 순간에 유일한 의지처가 되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직업적 매력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경험은 그들에게 대한민국 응급의료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심어주었으며, 업무에 임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최악의 날일 때 우리가 그 자리에 있습니다. 그 사람의 세상을 다시 세워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나라는 사실이 무거운 책임감이면서도 큰 자부심입니다.”(참여자 2)
“내가 정말 대한민국 응급의료를 발전시키고 환자 예후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줄 수 있는 한 방울의 물이 되자는 생각을 가지고.”(참여자 3)
“내가 이 사람을 살렸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이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었거든요.”(참여자 10)
“하나의 인간으로 다른 사람의 생활에 이렇게 깊게 관여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직종은 굉장히 깊은 곳에 들어가서 도움을 주고 좋은 결과가 나오면 사람을 살리기도 하다 보니 굉장히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죠.”(참여자 12)
범주 2. 직무 수행과정에서 형성되는 직무 스트레스
본 연구 참여자들은 비응급 및 사회복지 업무수행 과정에서 역할 기대와 실제 수행 간의 괴리감을 경험하였다. 또한 병원과의 관계 및 소방 조직 내 제도적 맥락에서 주변화된 위치를 인식하였으며, 제한된 자율성과 과중한 책임을 동시에 경험하였다. 이러한 복합적 경험은 직무 스트레스로 귀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이상적 전문적 정체성과 현장 업무 간의 괴리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단순 이송과 같은 비응급 업무를 수행하면서 이상적인 전문적 정체성과 실제 현장 업무사이의 괴리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희가 비응급업무를 할 때는 뇌를 빼고 일합니다. 구급대원으로서 많은 업무를 해야 할 때는 생각을 해야 하지만, 기계적으로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참여자 2)
“쓸데없이 갈리는 느낌……단순 비응급 환자에게 출동을 나갔을 때, 그때가 가장 괴리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참여자 3)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대부분 환자는 비응급 환자에다가 그것으로 인해 감정적인 노동을 많이 하는 것 같고.”(참여자 13)
“이런 비응급 환자를 상대하려고 119가 있는 게 아닌데……사실 응급환자들에게 되게 아까운 시간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오는 괴리감이 큰 것 같습니다.”(참여자 16)
2) 응급의료를 넘어선 사회복지적 업무 수행과 역할모호성
연구 참여자들은 구급대원이 본래 수행해야 하는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핵심 업무보다는 사회복지 돌봄, 만성질환 관리, 공공 서비스 제공 등의 비응급 업무에 종사하면서 역할의 모호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가 구급대원이나 응급 의료인이 아니고 이송해 주는 또는 민원을 해결해 주는 역할이 되어버린 것 같아 제가 배운 전문성을 쓰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참여자 4)
“심리 상담사 역할을 했다가, 또 보호자의 역할을 했다가, 장애인분들 출동에서는 화장실에서 안방으로 이동을 도와드리기도 했다가……다방면으로 해야 하는 것에 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참여자 13)
“이게 구급대원이 하는 일이 맞는가 하고 조금 혼돈이 올 때도 있고… 거기서 좀 괴리가 느껴지고 모호하다고 생각해요.”(참여자 15)
“모호성이 있죠. 구급대 목적은 응급환자들 처리하는 것인데, 구급차 타고 나가서 그런 업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잘 맞지 않죠.”(참여자 18)
3) 응급의료체계 내 주변화된 전문가
참여자들은 응급의료체계 내에서 병원과의 상호작용 과정이나 소방 조직의 제도적 맥락 속에서 전문가로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며, 중심이 아닌 주변에 머물러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 체계상에서 저희가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끄트머리에 있다고 느낍니다. 사실상 대부분 환자, 보호자들도 저희보다 병원을 더 신뢰하시고……”(참여자 17)
“겨우 병원을 가면 인계 내용을 또 얘기하고 인계를 받는 태도에서 우리를 하위기관으로 보는 그런 느낌이 들었고요.”(참여자 20)
“전문 응급의료인으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주변에서 여기도 속하지 못하고 저기도 속하지 못하고, 소방 안에서도 일은 일대로 하고 대우받지 못받는 직종이라”(참여자 14)
4) 제한된 자율성 속에서 경험하는 책임의 부담
참여자들은 제한된 자율성 속에서 개인에게 집중되는 책임의 무게를 크게 인식하였으며, 이러한 구조적 상황에서 상당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이라고 판단하고 그에 맞는 처치를 했던 행위가 어쩌면 환자를 소생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는데 이러한 자율성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꽤 크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참여자 2)
“모든 환자가 잘못되는 것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저희한테 주려고 하는 경향이 많아요.”(참여자 9)
“부담감도 있을뿐더러 제가 잘했을 때도 환자 예후가 좋지 않다면 후속적인 스트레스도 있고 환자 상태가 좋더라도 제가 처치의 방향성을 잘못 잡거나 치료가 지연됐다거나 하면 거기서 온 스트레스도 있습니다.”(참여자 18)
“거절 권리가 보장이 돼 있지만 그 후에 따라오는 책임 때문에 거절을 많이 못 하는 것 같아요.”(참여자 5)
범주 3. 반복되는 소진 상황 속에서 재구성되는 역할 정체성
비응급 출동과 단순 이송이 반복되는 현장 경험은 본 연구 참여자들의 역할 괴리감을 심화시켰다. 그러나 중증 환자 처치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 속에서도 응급의료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1) 이상-현실 사이의 괴리 수용: 역할 기대의 재조정
실제 현장은 단순 주취자, 단순 이송 환자와 같은 비응급 환자가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러한 이상 현실 간 불일치는 혼란과 실망을 초래하였으나, 참여자들은 이를 체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현장의 현실을 인정하며 역할 기대를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조직에서 우리를 ‘도와줄 주체다’ 라고 홍보하는 걸 보면, 그 괴리가 분명히 있는데 우리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할까라는 그런 의문이 들기는 해요.”(참여자 14)
“맨 처음에 들어갔을 때는 저희가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니까 좀 그런 마음이 들긴 했거든요. 근데 지금은 워낙 그런 사람들도 많고 여기서도 우리가 끊을 수는 없잖아요. 저희는 현장 가서 확인하고 이 사람 왜 신고를 하는지 우선 확인을 해야하니까 이제는 거기에 대해서 많이 적응이 돼 가는 것 같아요.”(참여자 10)
“선임자 말을 좀 들었을 때 좋았어요. ‘더 안 좋은 상황 되기 전에 그냥 마음 편하게 한 번 이송해 주고 말자’ 이렇게 선배가 말해주면 그러한 말들을 스스로 되뇌이는 것 같아요.”(참여자 1)
2) 동료 상호작용을 통한 정서적 회복과 완충
참여자들은 단순 비응급 출동 이후 동료들과 나누는 유머와 농담을 통해 소진과 역할 괴리감을 완화하였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경험을 공유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으로 작용하며,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였다.
“직무 만족도는 비응급이 다 깎아 먹어요. 그래도 동료들과 소통하면서 ‘우리만의 아는 고층’을 나누며 다시 기운을 차립니다.”(참여자 11)
“사실상 비응급 환자한테는 메디컬 택시죠. 자괴감이 많이 드는데 구급대원들 스스로도 그런 환자들 태우면 콜택시 했네! 하면서 농담으로 그렇게라도 스트레스 풀죠.”(참여자 19)
“그런 비응급 환자나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받고 들어왔을 때 직원들이랑 얘기하면서 푸는 경우도 많이 있죠. 공감도 해주고 이해도 해주면서……우리 택시 기사네! 아니면 택배 기사네! 이런 식으로.”(참여자 1)
“직장 동료들과 이렇게 얘기를 하면서 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오늘도 모범택시 출발합니다!이러면서”(참여자 22)
3) 역할 모호성을 완충하기 위한 직업적 의미 확장
반복적인 비응급 출동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역할 모호성을 경험하게 하였으며, 이는 직무 만족도 저하와 정서적 소진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잠재된 응급을 식별하는 능력과 지역사회 돌봄 수행을 직업적 정체성의 일부로 재정의하고 확장함으로써 역할 모호성과 역할 갈등을 완화하고자 하였다.
4) 직업적 자부심과 만족감 속에서 지속되는 직업적 의미
구급대원들은 직업적 자부심과 사회적 가치속에서 만족감을 경험하고 있었다. 안정적인 직업환경과 응급환자 처치에서 오는 성취감은 직무 지속성을 지탱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전문직 정체성 유지와 직무 만족도의 중요한 기반임을 보여준다.
“사회 취약계층을 챙기는 몇 안 되는 직종 중 하나고, 그냥 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병을 키우기 전에 병원을 보내고, 응급환자로 맞아야 하는 것보다 낫다 이런 마음으로……”(참여자 14)
“정리되지 않은 현장을 진짜 볼 수 있는 직업은 오로지 이 직업이 유일합니다. 그래서 이 직업을 대체할 수 있는 직업이 없어요. 응급 환자를 처치하는 만족감 때문에 아직은 제가 포기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참여자 14)
“저는 전반적으로 만족합니다. 응급구조사로서 자부심이 있고, 응급구조사로서 할 수 있는 일 중 병원 전 단계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역은 아무래도 소방공무원이 제일 적합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자부심에서 만족감이 오는 거 같아요.”(참여자 16)
“안정적인 직장에서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공부라든지 대외 활동이라든지……그리고 100명의 환자 중에서 단 한두 명의 응급 환자라도 그 환자를 직접 처치할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때문에 이 일이 좋은 거 같아요.”(참여자 19)
5) 지역사회 응급구조사제도 기대 속에서 재구성되는 역할 정체성
참여자들은 지역 응급구조사(community paramedics, CP)제도의 도입이 비응급 환자 관리 부담을 줄이고 중증 환자 처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또한 이는 구급대원의 피로감을 완화하고 취약계층 환자 지원을 가능하게 하여, 반복되는 소진 상황 속에서 직무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었다.
“굉장히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러면 비응급 환자를 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참여자 3)
“저희한테 직접적으로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비응급이지만 도움이나 서비스가 필요하신 분들을 처리해 주시면 저희가 정말 도움이 필요한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참여자 4)
“CP 제도가 생겼을 때는 구급대에 피로감이 줄어들 것 같고요. 저희가 지역사회에 있으면서도 만성 질환 관리에 대한 유관기관 연결 방법을 사실 모르기 때문에 만약에 이런 제도가 있다고 하면 저도 환자분들께 권해드릴 수도 있고 이런 역할들이 필요한 취약계층 환자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 같아요.”(참여자 5)
2. 최종적 기술
본 연구에서 도출된 범주화 과정을 통해 확인된 119 구급대원의 전문직 정체성 괴리 및 직무 스트레스 경험의 본질적 구조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 확립이다. 참여자들은 현장에서의 전문적 처치와 자율적 의사결정을 통해 강한 유능감을 경험하며, 타인의 생명에 기여하는 사명감을 전문가적 자아의 근간으로 삼고 있었다. 둘째, 이상과 현실의 간극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의 심화이다. 비응급 출동과 역할 모호성, 시스템 내 주변화 경험은 전문가적 정체성과 실무 간 불일치를 초래하였고, 이는 막중한 책임 부담과 결합하여 정서적 소진으로 이어졌다. 셋째, 능동적 대응을 통한 정체성 재구성과 적응이다. 반복되는 소진 속에서도 참여자들은 현실에 맞춰 역할 기대를 조정하고, 동료와의 상호작용, 직무 의미의 확장, 직업적 자부심과 만족감, 그리고 CP제도에 대한 기대를 통해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전문직 정체성을 재정립해 나갔다.
Ⅳ. 고 찰
본 연구는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가진 119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전문가적 정체성과 실제 현장 업무사이의 괴리감을 탐구하고, 이러한 괴리가 직무 스트레스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전국의 23명의 구급대원을 개별 면담한 결과, 세가지 범주가 도출되었다.
참여자들은 병원 전 단계에서 환자의 생존과 예후에 기여함으로써 전문적 유능감을 확인하고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rener(2020)에 따르면 구급대원들은 ‘진짜 응급상황’ 혹은 ‘좋은 호출(good calls)’이라 불리는 중증 환자 처치 경험을 통해 전문적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복잡한 의학적 술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을 때 존재 가치를 강하게 체감하고, 이를 ‘최고의 업무’로 인식한다[
5]. 본 연구 참여자들이 전문적 판단에 기반한 처치를 통해 환자 상태 호전을 경험하고 전문가로서의 확신을 강화하는 모습은 ‘좋은 호출’ 경험이 구급대원의 유능감과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Prener(2020)의 논의를 뒷받침한다.
한편, Mohammadi와 Jayrondi(2025)는 업무 자율성이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동적 과정의 핵심 동력이라고 분석하였다[
20]. 또한, Seim(2020)은 구급대원을 현장의 혼란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비판적 사고자’이자 ‘전문적 주권자’로 설명하며, 자율적 처치 권한이 이들을 ‘현장의 전문 의료인’으로 존재하게 하는 정체성의 핵심 기반이라고 보았다[
6]. 이러한 논의를 본 연구에 적용하면, 참여자들이 급변하는 현장에서 자율적 권한을 행사하며 정체성을 능동적으로 구성해 가는 과정은 현장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정체성을 재형성하는 ‘동적 정체성 재구축’의 전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즉, 현장에서의 전문적 판단과 처치 권한은 단순한 직무수행을 넘어 구급대원 스스로를 ‘숙련된 의료 전문가’로 인식하게 하며, 전문직 정체성을 유지·강화하는 핵심적인 심리적·직업적 보상 기제로 기능한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은 환자의 가장 위태로운 순간에 유일한 의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깊은 직업적 가치와 매력을 발견하였다. 이는 Sawatsky 등(2024)이 제시한 바와 같이, 전문가가 자신의 지식과 기술이 타인의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체감할 때, 단순한 기술적 숙련을 넘어 사명감을 내재화하는 ‘전문직 정체성 형성의 내적 여정’을 경험한다는 논의와 일관된다[
21]. 결국, 본 연구 참여자들이 현장에서 체감한 사명감은 외적 보상을 넘어 개인의 내적 자긍심 및 삶의 의미와 긴밀히 결합되며, 전문가로서의 자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적·제도적 문제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단순 비응급 업무가 중심이 되는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였는데, 이는 응급의료체계 종사자들이 반복적인 비응급 출동과 사회적 문제 대응으로 인해 심리적 긴장감을 느낀다고 보고한 Seim(2022)과 Prener(2022)의 연구 결과와 유사하다[
5,
6]. 이러한 역할 불일치는 괴리감을 형성하였으며[
6], 본 연구에서도 구급대원들이 이상적으로 기대한 업무와 현실 업무 사이의 간극을 경험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119 구급대원들은 사회복지, 공공 서비스 제공, 만성질환 관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는 병원 전 단계에서 활동하는 응급의료 종사자가 응급의료 제공자를 넘어 ‘사회적 문제해결사’로 인식된다고 보고한 Ericsson(2024)의 결과와 일치한다[
8]. 따라서 비응급 업무는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응급의료 종사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심리적 부담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임을 보여준다. 나아가 본 연구에서 확인된 구급대원의 역할 확장은 정체성 혼란과 역할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다양한 사회적 기대가 역할과 정체성의 혼란을 초래한다고 보고한 Ericsson의 논의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17].
또한, 119 구급대원들은 응급의료체계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인식하면서도, 병원 및 소방 조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고 느꼈다. 이러한 경험은 응급의료 제공자가 응급의료체계의 핵심주체임에도 불구하고 주변부에 존재하며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다고 보고한 Prener(2022)의 결과와 일치하며[
5] MaCann 등(2013)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24]. McCann 등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NHS) 소속 구급대원이 전문적 지식과 술기를 바탕으로 환자를 처치하지만, 조직의 위계 구조와 의료 지시 체계로 인해 자율성이 제한되고 불안정한 노동조건에서 일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는 구급대원이 전문직과 블루칼라 노동자 사이의 경계적 위치에 놓여 있으며 이중적 정체성을 경험한다고 설명하였다[
24]. 이는 곧 구급대원이 조직적 통제 속에서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응급의료체계의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전문가로서 충분한 인정은 받지 못한 채, 제한된 자율성과 막중한 책임을 동시에 부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본 연구에서도 119 구급대원들은 이러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직무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특히 현장에서 판단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부담하면서도 제한된 의사결정 권한으로 인해 전문직 정체성의 혼란과 괴리감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요인은 개인의 심리적 부담을 넘어 전문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직무 만족도를 저하시킬 뿐 아니라, 응급의료체계의 효율성과 신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구급대원의 역할과 정체성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이러한 제약이 전문직 정체성의 약화와 심리적 괴리감으로 연결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나아가 이는 응급의료체계가 구급대원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종합적으로, 본 연구에서 119 구급대원들은 이상적 전문직 정체성과 현실 업무 사이의 괴리 뿐 아니라 역할 확장으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구조적인 제약 속에서 개인에게 집중되는 책임으로 인해 직무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역할 이론(role theory)의 관점에서, 역할 기대와 실제 수행 간의 불일치가 역할 갈등과 모호성을 유발하고, 결국 직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설명과 일치한다[
13]. 특히, ‘생명을 살리는 전문가’라는 이상적 정체성과 ‘비응급 환자 대응 및 사회복지적 역할 수행’이라는 현실적 요구 사이의 간극은 역할 모호성을 심화시켜 직무 스트레스와 이직 의도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13]. 결과적으로 이러한 역할 불일치는 정체성 혼란과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이는 기존 연구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12,
15,
16].
직무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연구 참여자들은 역할 모호성과 역할갈등을 경험하였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 간 불일치를 소극적으로 수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현장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기존 정체성을 유지한 채 역할 기대를 능동적으로 재조정하였다. 이는 Pratt et al.(2006)의 연구에서 의사들이 자아 정체성과 실제 수행 업무 간의 불일치에 직면했을 때, 정체성 맞춤화(identity customization)를 통해 기존 정체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기대를 조정하려는 과정과 유사하다[
18]. 또한, Chen과 Reay(2020)는 전문직 종사자가 기존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수정과 확장을 통해 이상적 정체성과 현실 업무 간 간극에 대응한다고 보고하였다[
10]. 본 연구 결과 역시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해 전문직 정체성이 어떻게 유지되고 조율되는지를 보여주며, 선행연구와도 공통점을 보인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실제 출동 현장에서 고위험·고중증 사례는 응급의료종사자의 업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으며, 그로 인해 역할 정체성의 불일치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괴리는 응급의료종사자에게 지속적인 심적 긴장감을 유발하였고, 나아가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시스템을 위해 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으로 확장되었다[
5]. 본 연구 참여자들 역시 비응급 환자를 빈번하게 마주한다고 진술하였다. 실제로 2025년도 소방청의 119구급 서비스 통계에 의하면, 응급환자는24.7%에서 14%로 감소한 반면 잠재·준응급 환자는 71.8%에서 85.3%까지 증가하여, 이러한 현상이 해외뿐 아니라 국내 현장에서도 보편적으로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자들은 반복적인 소진 상황 속에서 동료들과 농담을 나누고 ‘우리만의 고충’을 공유함으로써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동기와 심리적인 에너지를 확보하였다. 이는 Prener(2022)와 Christoffer (2022)가 보고한 동료 간 유머 공유와 공감을 통한 정서 조절 전략과 유사하며[
5,
17], Mercer 등(2024)의 연구에서도 ‘블랙 유머’가 스트레스 관리와 회복 탄력성 유지의 도구로 인식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16]. 이렇듯 동료 간 상호작용은 반복되는 역할 긴장 속에서 정서적 부담을 완충하고, 업무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관계적 자원임을 보여준다. 한편, 일부 참여자들은 이러한 정서적 완충을 넘어, 실제 현장경험을 통해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새롭게 재구성하기도 하였다.
Mohammadi와 Jayrondi(2025)는 하이브리드 조직 맥락에서 ‘정체성의 붕괴와 재구성(identity disruption and reinvention)‘ 과정이 나타난다고 보았다[
20]. 해당 연구 참여자들은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험 속에서 이를 다시 정의하거나 재구성해야 한다고 인식하였으며, 이러한 유연성은 자기효능감 강화와 정체성 혼란이라는 이중적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본 연구 참여자들은 역할 괴리로 인한 혼란을 직업적 정체성 재구성의 기회로 의미화하였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우리가 아니면 이 일을 누가 하겠는가’라는 인식을 통해 역할 괴리를 수용하고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을 재의미화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제약된 환경 속에서도 직업적 정체성이 재구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역할 괴리가 오히려 정체성 형성과정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반복적인 비응급출동으로 인한 직무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직무 만족감은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직업적 의미를 강화하고, 직무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기능하였다. 특히 직무 만족감은 정체성 재형성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영향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여, 참여자들이 현실적 제약 속에서도 직업적 정체성을 새롭게 의미화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구급대원들은 중증 환자를 살리고 고도화된 응급처치 권한을 실현할 수 있을 때 보람을 느끼며 응급의료 전문가로서 자부심을 형성하고 있었다[
5,
6]. 또한 박호진 등(2017)의 연구에서는 자신의 직무가 적합하다고 인식한 집단은 업무 수행과정에서 의미와 성취감을 경험하며, 이러한 내적 요인이 직무 만족으로 이어짐을 확인하였다[
22]. 본 연구 참여자들 역시 구급대원만이 병원 전 단계에서 능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직무의 고유성과 전문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정리되지 않은 생생한 현장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직무 만족을 드러냈다. 더 나아가 Ericsson 등(2022)의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업무의 의미를 회복하게 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경험이 비응급 출동 속에서도 직업적 정체성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보고하였다[
17].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생생한 현장에서 취약계층을 돌보는 거의 유일한 직역이라는 점과, 응급환자를 직접 처치할 때 느끼는 강한 성취감과 희열을 통해 직무의 의미를 재확인하였다. 이처럼 직무 만족감은 반복되는 소진 상황 속에서 직업의미를 강화하고 직무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동력으로 작용함을 알 수 있었다.
직무만족감은 직업의 의미와 지속성을 강화하는 핵심 요인이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역할 괴리와 혼란이 지속되면 직무 스트레스가 심화되고 전문직 정체성이 약화될 수 있으며[
18], 이는 개인적 적응만으로는 충분히 해결되기 어려워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비응급 업무를 별도의 체계로 분리하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지역 응급구조사(community paramedic, CP)’ 제도가 정책적 대안이 될 수 있다[
7]. CP 제도란 비응급 상황과 지역 사회 건강관리를 담당하도록 설계된 제도로, 만성질환 관리, 정신건강 지원, 노인 및 취약계층 돌봄 등 다양한 비응급 영역을 맡아 지역사회 내 예방적·지속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응급의료와 비응급 업무를 분리함으로써 119 구급대원이 보다 전문적인 응급상황 대응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7]. 다만,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여러 제도적·조직적 과제가 수반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지역 응급구조사’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신건강 및 사회복지의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인 구조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2026년 1월 12일부터 2026년 1월 30일까지 1급 응급구조사 자격을 소지한 119 구급대원들을 대상으로, 전문가적 정체성과 현장 업무사이의 괴리감을 탐구하고 그러한 괴리감이 직무 스트레스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전국의 구급대원 23명을 대상으로 개별면담을 실시한 결과, ‘응급의료 전문가로서 정체성과 직무의 본질적 가치’, ‘직무 수행 과정에서 형성되는 직무 스트레스’, 그리고 ‘반복되는 소진 현장과 긴장감 속에서 재구성되는 역할 정체성‘의 세가지 범주가 도출되었다. 이를 통해 한국의 119 구급대원들은 직무 수행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감을 느끼고, 응급 및 비응급 출동과 사회복지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제한된 자율성 속에서 책임을 감당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병원과 소방조직의 제도적 맥락 속에서 주변화된 위치를 인식하며 막중한 직무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도 구급대원들은 응급의료전문가로서 내적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고 현실과의 괴리를 능동적으로 수용하면서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성해 나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 결과와 소방청의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의 구급 출동은 비응급 업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비응급 출동 중심의 현장에서 구급대원들은 역할 모호성과 역할 갈등을 경험하며, 그로 인해 지속적인 직무스트레스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 개인을 대상으로 한 조직차원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급대원의 역할 범주와 업무분장을 명확히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구급대원의 본질적 가치인 ‘응급의료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직무 적합성에 부합하는 업무범위 확대 등 교육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119 구급대원은 응급구조(학)과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며 응급의료 전문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비응급 출동과 사회 복지적 업무의 비중이 높아, 교육에서 기대한 역할과 실제 수행 업무 사이에서 괴리감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괴리감이 지속될 경우 직무 스트레스 증가와 직무 만족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26].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병원 전 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교육과정의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며, 실제 현장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119 구급대원이 주로 맞이하는 비응급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의료적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하고 정신 응급, 주취자 대응, 약물중독 및 정신과적 환자에 대응 방법 등을 포함한 교육 프로그램을 교육과정에 반영할 것을 제언한다.
또한 제도적 기반 마련의 일환으로 비응급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지역 응급구조사(CP)제도의 도입을 제언하고자 한다. 본 연구 참여자들은 응급상황에서 전문적 처치보다 비응급 출동과 반복적인 사회 복지적 업무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경험적으로 서술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들을 ‘응급의료 전문가’보다 ‘사회복지 제공자’에 가깝다고 인식한다고 진술하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할 정체성의 혼란과 괴리감을 심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지역 응급구조사(CP)제도의 필요성을 드러내는 근거가 되었다. 비응급 환자를 주로 관리하는 지역 응급구조사(CP)제도의 도입은 만성질환자와 취약계층을 선제적으로 관리하며, 현재 구급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응급출동을 줄이고 구급대원의 사회복지적 업무를 분리함으로써 역할갈등을 완화하고 전문직 정체성을 보호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제도의 도입은 국내 응급의료 체계 및 소방 조직 구조와의 유기적 연계, 인력과 예산 확보, 역할 중복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CP제도를 도입할 경우 정신건강 및 사회복지 체계와 긴밀히 연결되는 통합적 구조 설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119 구급대원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와 그로 인한 역할 모호성·갈등, 그리고 전문직 정체성 형성과정에 대한 학문적 이해를 확장하였다. 또한 비응급 출동 중심의 현실을 드러내고, 구급대원의 전문성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적·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나아가 지역 응급구조사 제도의 도입을 정책적 대안으로 제언함으로써 역할 갈등 완화와 전문직 정체성 보호에 기여할 수 있는 실무적 함의를 제공하였다.
위와 같은 학문적·실무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를 지닌다. 첫째, 전국 각 지역에서 최소 한명 이상의 구급대원을 표집하였으나, 이들이 해당 지역을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려워 연구 결과를 전체 구급대원 집단으로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참여자 개인적 진술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제도적 요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는 데에는 제한이 있다. 셋째, 일정 기간 동안 진행된 심층 인터뷰를 기반으로 하였으므로, 시간에 따른 전문직 정체성 변화의 장기적 과정을 충분히 관찰하지 못했다.